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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you have I been absent in the spring,






 후두둑. 목덜미를 스는 손 아래로 꽃이 스러졌다.

손 안으로 움켜쥔 꽃잎을 짓이긴다.

시선 아래 봄이 가득하여, 꽃을 피운다.

꽃향기에 숨이 막혔으나 그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침묵하는 순간마다, 봄이 도래한다.




 사랑을 토해내는 와중으로 봄이 섞였다.

입 안, 우묵한 곳으로 꽃잎이 쌓인다.

입을 막아, 막힌 숨을 삼켜냈다.

속내가 모조라 꽃밭이라, 온 한가득 봄이었다.




하여, 하루는 주위가 꽃무덤이었다.

손끝이 스치운 머리칼, 시선을 감지한 속눈썹의 끝자락,

얼핏 맞닿은 손마디 사이사이마다 꽃줄기가 섞이었다.

깊게 뿌리 내린 그것을 한 가닥의 아품과 함께 뜯어내면서,

자리 잡은 사랑에 대하여 생각한다.

이미 어느 깊숙한 곳, 새겨진 그것.




 어느 날은, 꽃잎이 눈 앞에서 흩날렸다.

하얀 이불보 위가 전부 연분홍빛 꽃잎으로 물든 탓이었다.

그것을 한움큼 쥐고 달려가, 당신의 까만 머리칼 위로.

푸른 눈동자 위로 날려보내는 상상을 한다.

사랑이 짙어져 또다시 꽃을 토한다.

닿을 수 없는 사랑은 끝내 덧없다.




어느 순간 싹을 틔운 것은 꽃인가 그도 아니면 사랑인가.

심장 고동마다 흐드러지는 꽃들을 상상한다.

꽃향기가 지독하여, 그 즈음에는 그조차도 꽃이었다.

시선 아래 온통 봄이라, 그 봄을 사랑한다.




주위가 온통 봄이었다.

속 안 한가득 들어찬 사랑을 토해낸다.

꾸역꾸역 자라나는 꽃은 온 세상이 봄인 까닭이다.

물 주듯 사랑을 주었던 까닭이다.




꽃이 한가득 피었다.

시선 아래 온통 봄이었던 까닭이다.

물 먹듯 사랑을 먹었던 까닭이다.

탐욕스레 사랑을 집어먹어 꽃을 틔웠다.

향내가 흔적처럼 남는다.




하루, 뱉어낸 꽃들은 짙은 핏빛이었다.

꽃잎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향기가 스러진다.

수많은 말들을 삼켜낸 입 안으로는 뭉근한 단맛만이 남았다.

도래한 봄에 종말을 고한다.




밤이 지나고, 새벽이 흐리게 떠오를 무렵.

로키 오딘슨은 샤를로트 프레이의 부고를 들으며 듬성듬성 자라난 꽃을 꺾어내었다.

그는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꽃을 피워내지 않았다.






봄의 끝이었다.








로키 오딘슨은 속 안 가득 자라난 꽃을 뱉었다.

그조차도 꽃이었던 까닭이다.

시선 아래, 지독했던 봄을 사랑한 까닭이다.

그가 더는 꽃을 피워낼 수 없던 까닭이다.


갈 곳 없는 사랑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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