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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Nightmare, Witch and Sorcerer.






 그녀는 밤을 찢고 나타났다. 마법사의 꿈은 으레 그렇듯이 고저 없었으나 그런 평온함은 꿈이 찢어진 순간부터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무례한 침입자를 내쫓으려 하였으나 그는 소서러였고, 그것은 현실에서 붙는 이름이었을 지언정 꿈 속의 이름은 아니었으므로. 그는 그저 어느새 제 것이 아니게 된 꿈 안에 무력하게 존재할 뿐이었다.


하여, 그녀는 꿈을 찢고 나타났다. 그는 어설프게 깨어난 듯 깨어나지 않은 상태로 그녀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예의없는 악몽은 꽤나 아름다운 여인의 낯을 하고 있었으므로, 닥터 스트레인지는 잠시 이것이 진정으로 꿈인지, 자신이 어떠한 세계에 초대된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했다.



" 음, 오, 아. 이렇게 무례하게 꿈 속에 밀고 들어오려는 건 아니었는데. 실례했어요. "



무채의 꿈은 잠시 색을 입었다가 다시 흑백으로 돌아갔다. 그것은 그녀의 손짓 하나로 이루어졌으므로, 그는 그녀의 영향력을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당황한 낯의 마법사를 푹신한 의자에 앉혔으며, 정중하게 그의 꿈을 그 본디 모습으로 되돌렸다. 마법사의 꿈은 무채색인가요? 그녀는 물으며 웃었으나 그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다리를 꼴 뿐이었다.



" 누구지? "



" 꿈꾸는 자(Dreamer). "



" 꿈꾸는 자? "



" 네, 음.. 당신이 들었다면 기쁘겠는데. 마녀 중 하나고요. 정확히는. "



꿈꾸는 자. 마녀. 그는 신비한 마법의 대가였고 소서러 수프림이었으나 그의 본질은 언제고 의사에 가까웠으므로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마녀, 꿈구는 자. 맹렬하게 머릿 속의 사전을 뒤졌으나 관련 정보는 나오지 않았고 그는 담담히 패배를 선언했다.



" 마녀(Witch)? "



그의 물음에 그녀는 잠시 곤란한 낯을 했으나 이내 버릇처럼 웃었다. 무채의 꿈에 반짝이는 글씨가 떠오른다. W, I, T, C, H.



" 조금쯤은 예상했지만, 그래도 좀 곤란하네요. 설마 아무 것도 듣지 못했나요? "



무엇을? 누구에게? 그는 무언가를 잊는 것이 불가능한 이였고 때문에 그가 아무 것도 알지 못함은 무엇도 듣지 못함과 동일했다. 그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은 그녀를 조금 더 곤란하게 만드는 듯 했다. 꿈은 제멋대로 형태를 일그러뜨린다. Witch, Dreamer, Wizard, Sorcerer...



" 마법사(Wizard)가 존재하는 세계잖아요. 마녀라고 없겠어요? 아, 물론 당신은 다른 마법사(Sorcerer)이지만요. 정확히는. "



" 나는 마법사가 아니라 신비한 마법의.. "



" 오, 네. 신비한 마법의 대가요(Master of Mystic Arts). 알아요. 우리들은 보통, 마법사(Sorcerer)라고 하지만요. "



" 우리들? "



" 네, 대부분의 마녀들요. 보통은 마법사와 공존하니까.. 우리들은 일반적인 세계관에 속하기엔 조금 곤란한 점이 있어서. "



반짝이며 글씨를 그려내던 꿈은 손짓에 둥글게 말리더니 구석으로 굴러갔다. 그는 그것을 가만히 보다가 마녀라고 자칭하는 여자를 쳐다본다. 



"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



" 마녀에 관한 문헌은 삭제된 지 오래니까요. 우리들의 이야기는 구전으로 전해질 뿐, 관련 문헌은 이제 마녀들의 서가에 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음, 당신이 우리를 너무 찾아오지 않아서 제가 먼저 찾아오게 되었어요. 에이션트 원에게서 아무 것도 듣지 못한 것 같아서요... 당신이 소서러 슈프림인데도 불구하고. "



" 내가 소서러 슈프림이란 건, "



그는 입을 열었으나 그녀는 재빨리 그의 입을 막았다.



" 마법사들의 이야기는 마녀들의 주요 화제 중 하나죠. 당신이 무엇을 하든 곧 우리들에게로 이야기는 흘러와요. 우리는 대단히 심심하고 지루한 존재니까요... 자, 그럼 다시 자기 소개를 할까요? "



그녀는 웃었고, 마치 하이 스쿨의 전학생이나 되는 듯 그에게 손을 내민다. 칠판 대신 검게 드리워진 밤 위로 글씨가 떠오른다. 



" 안녕, 마법사님. 저는 마녀 중 하나인 꿈꾸는 자예요. "



그는 내밀어진 손을 붙잡고 옅은 한숨을 내쉰다. 다행히도 손은 떨리지 않아 그는 꼴사나움을 면했으나 그조차도 알고 있다는 듯이 마녀가 웃었다. 마녀의 웃음이 으레 그렇듯, 그것은 그리 기분 좋은 웃음은 아니었다.



" 그냥 꿈꾸는 자라고 부르면 되나? "



" 오, 아뇨. 맞아. 제게도 이름이 있어요. 아마.. 음, 헤일리 루이스. 네, 이거였을 거예요. "



" 이름조차도 기억을 못하나보군. "



" 부를 이가 없는 이름이 으레 그렇듯이요... 마녀로의 이름은 따로 있으니까요. 자기 소개 해주시죠, 마법사님. "



" 닥터 스티븐 스트레인지. "



그는 그의 이름을 얘기했고, 그것만으로 그녀의 이름 아래로 그의 이름의 철자가 떠올랐다. 그는 그것을 가만히 노려보았고, 그녀는 손을 흔들어 글자를 털어낸다. 



" 만나서 반가워요, 닥터. 음, 사실 당신의 이름 역시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요... 자, 이제 이면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



" 이면? "



" 네, 당신이 속한 이 신비한 세계 말이예요. 신비한 마법의 대가님. "



이상하게도 비꼼이 담긴 듯한 말이었으므로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그의 꿈은 무너지고 스러져 다른 세계를 비춘다. 그가 이미 익히 알고있는 세계이나 그는 그것을 이면이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수많은 차원과 많은 다른 땅. 천천히, 아주 작은 땅이 떠오른다. 그와 그녀는 절대신처럼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 마법사의 피는 누구에게나 흐르죠. 자질을 얼마나 타고나는 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러나, 마녀의 피는 달라요. 마녀의 피는 직계에서 직계로만 흐르고.. 마녀의 첫 아이는 반드시 여자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마녀로 자라요. 어머니의 성을 잇고.. 마녀들의 고향으로 보내져서요. "



루이스. 이건 제 어머니의 성이죠. 그렇게 핏줄이 이어집니다. 마녀의 첫 아이만 마녀가 되기 때문에 마녀들의 핏줄에는 방계가 없다고 봐도 돼요. 가끔, 드물게 마녀의 다른 아이에게서 마녀의 핏줄이 태어나긴 하지만, 그들은 마녀의 이름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마녀가 아닙니다.



" 마녀들의 고향이라. "



" 네. 그리운.. 옛 시대의 땅이죠. 하여튼, 그 곳에서 우리는 마녀로 자라고, 각자의 이름을 받습니다. 마녀의 이름은 마녀들 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제 이름은 비밀이지만.. 저는 꿈꾸는 자의 이름을 받았어요. 마녀들은 지켜보는 자이거나, 걷는 자이거나, 여행하는 자이거나, 소원을 비는 자이거나... 혹은 말하는 자거나, 잇는 자이거나. 다양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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